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독서] 돈을 대하는 태도에 관하여: 『The Psychology of Money』를 읽고

by funandmoney 2025. 5. 8.

나는 오랫동안 돈을 숫자와 데이터, 공식의 문제로 여겼다. 어린 시절부터 "돈은 계산이다"라는 말이 내 머릿속에 새겨졌다. 예·적금을 불입하면 이자가 얼마, 펀드는 연 수익률이 얼마, 주식은 PER이 얼마… 그렇게 우리는 돈 앞에서 항상 계산기를 두드렸다. 하지만 이 책, 모건 하우절의 『The Psychology of Money』는 그 오래된 통념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돈은 정말 계산의 문제일까? 아니면 사람의 문제일까?"


돈은 감정이다

『The Psychology of Money』는 무려 19개의 짧은 이야기들을 통해 돈에 대한 인간의 행동을 탐구한다. 처음엔 살짝 놀랐다. 나는 ‘심리’라는 단어를 보고도, 정작 ‘투자 심리’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하우절은 그것을 훨씬 깊이 파고든다. 돈은 사람들의 선택에서 비롯되고, 그 선택은 감정, 욕망, 두려움, 자존심, 심지어는 개인의 과거 경험에 의해 빚어진다고 말한다.

예컨대,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넘어서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리스크를 짊어진다. 더 나은 차, 더 큰 집, 더 높은 사회적 지위. 하지만 하우절은 “당신이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위해 당신이 가진 것을 위험에 빠뜨릴 필요가 있는가?”라고 묻는다.

이 말이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우리는 돈을 모을 때 행복하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모으는 행위 자체가 목적이 되고, 그 끝없는 욕망의 사다리는 결코 끝을 내어주지 않는다.


부는 객관적이지만, 부자의 감각은 주관적이다

하우절은 또 다른 놀라운 진실을 짚어낸다. "부(wealth)는 객관적이지만, 부자의 감각은 주관적이다." 예컨대, 통장에 10억 원이 있어도 여전히 불안한 사람도 있고, 월급이 200만 원이지만 웃으며 사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 흔히 ‘성공’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숫자 게임이 아니라 감정 게임에 가깝다.

그는 말한다. 재정적 성공은 단순한 금융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행동’의 문제라고. 지식은 누구나 쌓을 수 있지만, 평정심을 유지하는 행동은 훈련 없이는 어렵다. 이 점에서 『The Psychology of Money』는 금융 서적이 아니라 ‘자기 성찰의 책’처럼 느껴진다.


통제감, 그것이 행복이다

하우절이 제시한 통찰 중에서 가장 와닿았던 대목은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감각은 행복의 핵심이다”**라는 부분이다. 우리는 부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 밑바탕에는 시간과 선택을 통제하고 싶은 욕망이 깔려 있다.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삶,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 싫은 사람과 일하지 않을 권리. 결국 돈은 수단이고, 목적은 ‘통제감’인 셈이다.

이 대목은 내게도 깊은 반성을 안겨주었다. 나는 돈을 벌고 저축하고 투자하는 과정에서 가끔은 ‘이게 다 무슨 의미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하우절의 말처럼, 내가 진정 원한 건 ‘내 시간과 에너지를 내 방식대로 쓸 수 있는 자유’였던 것이다.


투자와 인생, 불확실성을 견디는 힘

책에서 하우절은 “재무적 성공은 확률 게임”이라고 강조한다.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확실함’을 추구하다 보면, 오히려 큰 실패를 맛본다는 것이다. 대신 그는 ‘겸손’과 ‘안전마진’을 강조한다. 계획을 세우되,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전제하에 행동하라는 조언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주식 투자뿐 아니라 인생 전반이 떠올랐다. 사람 관계, 직장 생활, 심지어 사랑까지.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는 결국 ‘실패할 자유’를 품은 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돈에 관한 이야기, 결국 사람에 관한 이야기

『The Psychology of Money』를 읽으며 내 머릿속에 맴돈 건 한 문장이었다.
“돈의 이야기는 결국 사람의 이야기다.”

왜 어떤 사람은 평생 모은 돈을 흥청망청 탕진하고, 어떤 사람은 작은 돈으로도 만족할까? 왜 우리는 이웃의 부동산 투자 성공담에 들뜰까? 왜 주식 계좌가 빨간불이면 잠이 안 올까? 왜 로또에 희망을 걸까?

책은 이 모든 질문에 대해 명쾌한 답을 주지는 않는다. 대신 질문을 더 날카롭게 만든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때로는 해답보다 더 중요한 법이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돈을 잘 벌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은 돈을 벌어주는 기술서가 아니다. 대신, 당신이 돈 앞에서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선택을 해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하면 돈과의 관계를 더 건강하게 만들어갈 수 있을지를 묻는 책이다.

특히 이 책은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 발을 들이려는 사람들에게 필독서다. 단순히 ‘언제 사고, 언제 팔아라’ 같은 지침이 아니라, 돈을 대하는 심리적 태도를 교정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장의 변동을 통제할 수 없지만, 자신의 심리를 관리할 수는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진짜 강력한 투자 전략이다.


마무리하며

『The Psychology of Money』는 단순히 돈에 관한 책이 아니다. 인간에 관한 책이다. 욕망, 두려움, 불안, 그리고 소망. 우리의 모든 감정들이 돈 앞에서 얼마나 쉽게 춤을 추는지, 하우절은 잔잔한 필치로, 때로는 날카로운 문장으로 짚어낸다.

내게 이 책은 숫자가 아닌 ‘태도’로 돈을 바라보게 해주었다. 그리고 내 삶의 통제권을 찾기 위한 작은 발걸음을 내딛게 했다. 돈을 통해 행복해지고 싶다면, 돈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진리를 일깨워준 책이다.